연령대별로 性 가치 다르지 않다는 인식 필요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6시 40분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이사를 앞두고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소파를 팔겠다'는 글을 올리면서 사고는 예견된 것처럼 나타났다.

가구를 거래하기 위해 여성의 집을 방문했던 20대 남성이 30대 여성을 살인,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해 성범죄지원센터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우리나라에서 나이 많은 여성의 성(性)은 보호받을 가치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범죄 피해자 연령을 집계한 결과, 20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8’에 따르면, 2016년 성폭력 범죄는 2만 9,357건으로, 2007년 1만 4,000건보다 2배 이상 늘었으며,  인구 10만 명당 56.8건으로 하루에 80.4건, 시간당 3.4건 정도 발생한 것이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가 전체 중 34.0%로 가장 높았으며, 1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전 연령대에서 성범죄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성범죄 피해를 당한 중년 여성들은 악성 댓글 등 2차 피해로 인해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또, 방문 상담과 같은 성폭력 지원센터에 대한 정보 접근성도 젊은 연령층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관계자들은 “사회에서 젊은 여성들에게만 ‘성 보호권’이 있다고 보는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가정이 있는 중년 여성의 경우 남편과 자녀 등 가족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느낀다는 점, 젊은 연령층에 비해 지원센터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지원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남편과 자녀가 있는 중년 여성들을 비롯해 이혼이나 사별 등 결혼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성 규범 자체가 보수적”이라며 “남편과 가족들이 피해 사실을 아는 것을 꺼리는 피해자가 많다"며 "20~30대와 비교하면 지원센터를 찾는 방법이나 지원 절차를 알아볼 때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경찰청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40대 이상 성범죄는 2016년 기준 4,300여 건으로 2012년 2,900여 건과 비교했을 때 2배에 약간 미치지 않는 수준으로 증가한 것이다.

중년 여성이 체감하는 사회 전반에 대한 불안감도 높게 나타났다. 지난 1월 서울시가 발표한 ‘2018년 서울시 성(性) 인지 통계 : 통계로 보는 서울 여성의 안전’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조사에 참여한 여성 50.3%가 우리 사회를 ‘불안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령·성별로 살펴보면 40대는 여성 46.4%, 남성 38%, 50대는 여성·남성이 각각 48%·39%였다. 40~50대 여성의 절반가량이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범죄에 불안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년 여성의 성범죄 피해도 같은 크기의 상처와 아픔이 따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함께 공감하고 분노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일차적으로 중년층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에 피해자마저도 사실을 밝혀야 하는지 헷갈릴 수 있다”며 “중년층 같은 경우는 오랜 기간 성에 대해 보수적인 환경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젊은 연령대에서 발생하는 성범죄 피해만큼 관심을 더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며 "관심을 갖고 함께 분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피해 사실을 알리고 조속한 처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관계자는 “무분별하게 발생하는 성범죄 2차 피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연령대별로 성의 가치가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되면 사회 분위기가 바뀌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성폭력 문제가 특정 연령층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연령층에서 발생하는 일상적인 폭력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환기하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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