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장관, 문학가들 '폄훼' 발언으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격' 당해

▲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 중 "소설 쓰시네"라고 말한 것이 알려지자 (사)한국소설가협회가 공개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 중 "소설 쓰시네"라고 말한 것을 두고 (사)한국소설가협회가 추 장관의 해명과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사)한국소설가협회는 지난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성명서에서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그것도 국민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아무렇지도 않게 소설을 ‘거짓말’에 빗대어 폄훼할 수가 있는가"라고 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7일 국회 법제사법위 회의에서 윤한홍 미래통합당 의원은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의혹'과 관련, 고기영 법무차관에게 질의를 하면서 시작됐다.

윤 의원의 질의 취지는 "올해 서울동부지검장에서 법무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추 장관 아들 수사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것으로 올해 초 미래통합당은 추 장관 아들이 지난 2017년 6월 초 휴가를 나갔다가 복귀 날짜에 부대에 복귀하지 않았고, 이후 추 장관이 외압을 행사해 사건이 무마됐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추 장관을 서울동부지검에 고발했었다. 

이는 수사 책임자였던 고 차관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대가로 법무부 차관 자리를 얻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두 사람의 질의응답을 지켜보던 추 장관은 공식적인 석상에서 “소설을 쓰시네”라며 사상초유의 발언이 나오자 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추 장관의 말을 들은 윤 의원은 "국회의원이 물어보는데 장관이 그 자리에서 ‘소설을 쓰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소설가냐”고 언성을 높였고, 추 장관은 “질문도 질문 같은 질문을 하라”고 맞받으면서 회의는 한동안 파행됐다. 

이런 일이 벌어지자 (사)한국소설가협회는 성명을 내고 “법무부 장관이 소설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으니, 우선 간략하게 설명부터 드려야 할 것 같다. ‘거짓말’과 ‘허구(虛構)’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듯해 이를 정리한다”며 "거짓말은 상대방에게 ‘가짜를 진짜라고 믿게끔 속이는’ 행위다. 소설에서의 허구는 거짓말과 다르다”고 했다.

이어 "소설은 ‘지어낸 이야기’라는 걸 상대방(독자)이 이미 알고 있으며, 이런 독자에게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로 믿게끔 창작해 낸 예술 작품”이라고 했다.

또, (사)한국소설가협회는 “이런 소설의 기능과 역할을 안다면, 어떻게 ‘소설 쓰시네’라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소설이 무엇인지 알면서 그런 말을 했다면 더 나쁘고, 모르고 했다면 앞으로 법무부 장관이 하는 말을 어떻게 신뢰해야 할지 안타깝기까지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 장관 발언은) 어려운 창작 여건에서도 묵묵히 작품 활동을 하는 소설가들의 인격을 짓밟는 행위와 다름없다"며 "인터넷에서까지 난무하고 있는 이 문제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법무부 장관의 해명과 함께, ‘소설 쓰시네’라고 한 것에 대해 소설가들에게 공개 사과하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한편, 사단법인 한국소설가협회는 지난 1974년 3월 발족한 단체로 2020년 7월 기준으로 소설가 1356명이 가입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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