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과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이 확정되면서 다시 재수감을 앞두고 우리 국민은 또 다시 '불행한 대통령'을 보게 됐다.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 중 불행하지 않은 대통령은 없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하야하면서 하와이로 떠났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충복의 총탄에 사망하는 비극으로 생을 마감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역시 역사의 죄인이 되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결단을 선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된 가운데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오늘과 같이 재수감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렇게 오늘날 우리가 지켜봐 온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불행했다.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서 특별한 권한이 주어진다. 정부를 구성하고 통솔하며, 공무원을 임명하고 법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나랏일을 계획하고 실천한다.

또, 새로 필요한 법률을 국회에 제출하고, 사법부에는 대법원장, 대법관 등을 임명해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중책을 맡는다.

대통령이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는 어떻게 보면 무척 크다. 한 나라의 독립과 영토를 보존할 책임과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나라가 없어지지 않도록 할 의무도 있다. 어려움에 처한 국민을 보호해야 하고, 평화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중요한 의무를 지닌다.

이런 일을 하는 대통령의 결말이 좋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왜 대한민국의 대통령의 결말은 항상 좋지 않은 상황에 이를까?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결론은 하나로 귀결된다. 계획하고 실천하지 못했고, 중책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또, 노력하지 않고, 중요한 의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지랄은 마구 법석을 떨며 분별없이 하는 행동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지랄 총량의 법칙'은 사람이 살면서 평생 해야 할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의미다. 한동대 법대 교수 김두식의 책 '불편해도 괜찮아'에 나오는 말이다.

김두식은 자신의 딸이 중학교 1학년이 되더니 “엄마 아빠 같은 찌질이로는 살지 않겠다”라고 선언하고 사사건건 충돌을 일으키자 ‘시민들을 위한 싱크탱크’ 희망제작소의 유시주에게 고민을 털어놓았고, 이런 대답을 들었다고 말한다.

"모든 인간에게는 평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 어떤 사람은 그 지랄을 사춘기에 다 떨고, 어떤 사람은 나중에 늦바람이 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죽기 전까진 반드시 그 양을 다 쓰게 되어 있다."

이른바 중2병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지랄 총량의 법칙이 주목받은 적이 있다. 지랄 총량의 법칙이 중2 때 지랄을 떨지 않으면 나중에 엉뚱한 방향으로 분출될 수 있다는 논리를 제공함으로써 그나마 학부모들을 위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학부모는 "그저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때 이 난리를 치는 것보다는 차라리 지금 저러는 게 낫다고 위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만약, 대통령도 인간이라면 평생 쓰고 죽어야 하는 '지랄'의 총량도 정해져 있을 듯 하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먼저 '지랄'을 떨었더라면 엉뚱한 방향으로 분출될 일은 없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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