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 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오랜 기획 속에서 모색 돼 온 결과 방증하는 작품으로 평가 받아

 

탄광문학의 주요 연구자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정연수 시인(사진)의 세 번째 시집 '여기가 막장이다'가 '푸른사상 시선 144'로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정연수 시인의 이번 시집은 산업사회와 자본의 모순이 집약된 구조인 탄광의 역사와 노동자들의 핍진한 삶을 재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정 시인은 막장으로 치달았던 한국 사회의 구조와 산업화로 인한 병폐를 광부에 대한 애정으로 짚어내면서 '여전히 배고픈 막장'을 상기시킨다. 

또, 탄광의 문학적 형상화에 있어어 시인 정연수는 한국의 졸라를 꿈꾸는 듯하다. 그는 첫 시집 '꿈꾸는 폐광촌'(1993)과 두 번째 시집 '박물관 속의 도시'(1977)에서도 탄광에 관한 비망록을 중심 모티브로 삼았던 바 있다. 

오랜 침묵을 깨고 등장한 정연수 시인의 세 번째 시집도 탄광을 내걸고 '폐광촌'과 '박물관 속의 도시'가 '막장'으로 재림한 형국을 보여준다. 

이 시집의 많은 시상을 이끄는 서정적 주체는 에티엔 랑티에의 시적 형상에 비견될 만큼 '여기가 막장이다'는 표제 그대로 막장을 소재로 한 일련의 시적 기획물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탄광 문학사의 기념비가 될 만한 아주 오랜 기획속에서 모색되어온 결과를 방증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 정연수의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여기가 막장이다'가 출간되면서 다양하고도 절실한 막장의 인식이 반영됐다. 

'여기가 막장이다'의 시편들은 대개 일상 어법을 활용한 설명적 진술 방식으로 주조돼 사유화된 미적 거리나 극단의 긴장을 취하지 않기에 시어를 접함과 동시에 의미를 전달하는 강한 메시지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이 시집은 수많은 막장의 물성이 서로를 대상화하며 길항하고 있다. 막장은 '한 해 이백 오십 명씩 죽어 나가는'(진폐병동에서 5) 처절한 죽음의 현장을 기록하듯 다양하고도 절실한 막장의 인식이 반복되며 핍진했던 광부들의 체험을 대변하고 있다. 

정연수 시인의 이번 세 번째 시집이 특별한 것은 탄광 문학사의 기념비가 될 만한 아주 오랜 기획속에서 모색되어온 결과를 방증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연수 시인은 "갱 속에서 기계를 움직이는 에너지는 압축공기다. 압축기가 윙윙거리는 소리를 자장가처럼 들으면서 자랐는데, 광업소 십년 근무의 절반도 그 압축기실에서 보냈다"며 "중학교에 입학하자 선생님을 비롯한 주위 어른들은 우리에게 광업소에 취직하는 꿈을 심어주어 열심히 공부해 태백기계공고에 합격했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에 취직해 나는 퍽 일찍 꿈을 이룬 셈인데, 그제야 서러움과 부조리를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부르디외의 '재생산' 같은 책만 읽었더라도 나는 광부가 되기 위해 공고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는 못 배워서 광부가 되었고, 나는 너무 많이 배워서 광부가 되고 말았다"며 "산다는 건 늘 허물을 만드는 일인가 보다. 침묵과 외침의 때를 몰라 늘 어정쩡하게 살면서 허물을 제대로 들추지 못했다. 탄광촌에 대한 맹목적 애정만 지녔는데, 이 시집이 사람 도리 좀 시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연수 시인은 이번 세 번째 시집인 '여기가 막장이다'를 출간하며 "탄광은 문을 닫지만, 나는 시를 통해 그 문을 붙잡는 중이다"며 다양하고도 절실한 막장의 인식이 반복되고 있는 형국을 강하게 표현했다. 

한편, 정연수 시인은 강원 태백에서 태어나 2012년 '다층'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 1991년 탄전문화연구소를 설립해 탄광이 빚은 삶들을 문화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또, 시집으로 '한국탄광시전집'을 엮었으며, 산문집으로 '탄광촌 풍속 이야기', '노보리와 동발', '탄광촌의 삶' 등이 있으며, 2020년 강원도 석탄산업유산 유네스코 등재추진위원회를 설립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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