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만박사/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한국교통대 교수

며칠 전에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이 ‘개발도상국’을 벗어나 32번째로 ‘선진국’ 그룹에 진입했다고 발표했습니다만 청렴한 선진국이 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구요? 가짜 수산업자의 뇌물파티에 놀아난 공직자들을 보니 그렇습니다. 수산업자를 사칭해 1백억원 대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씨를 둘러싸고 거물급 정치인 법조인 등 수많은 공직자들이 연루돼 온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연루자로 거명된 인물을 보면 전현직 고위층이 상당수 있습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가짜 수산업자 김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 이모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를 소환 조사 중입니다. 이 전 부장검사는 김씨로부터 고가의 시계와 자녀 학원비 등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전 부장검사는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입건된 상태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수사 과정에서 뇌물죄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연루된 박영수 특별검사가 고가의 수입차량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터지면서 파장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박 전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유명한 인물입니다. 박 전 특검은 7월 8일 특검에서 일단 면직처리된 상태입니다.

□특별검사의 신분 논란

박 전 특검의 수사여부를 놓고 갑론을박 중입니다. 박 전 특검 신분이 공직자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입니다. 수사를 맡게 된 경찰은 박 전 특검이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놓고 국민권익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했습니다.

특검법의 벌칙 적용에서의 공무원 의제 조항을 근거로 특검을 청탁금지법상 공직자로 볼 수 있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지난 2016년 제정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특검법)’ 22조는 특검이 형법이나 그 밖의 법률을 어겼을 시 그 신분을 공무원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공무원+공직유관단체임직원)’에 한해 직무관련성과 상관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을 받거나 수수하게 되면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 공직자 맞다

이에 대해 박 전 특검 측의 주장은 고가의 수입차량에 대해 차량 렌트비 250만원을 가짜수산업자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또 ‘특검 신분은 공직자가 아닌 공무수행 사인(私人)’이라며 처벌 대상이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무수행 사인은 ‘공무수행에 관하여’ 금품을 받은 경우에만 청탁금지법 처벌 대상이 됩니다.

이에 대해 청탁금지법 운영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대통령령인 '국민권익위원회와 그 소속기관 직제' 제9조에 따라 ‘청탁금지법의 해석 및 질의회신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면서, 이 사건과 관련 청탁금지법에 대한 유권해석 권한을 가진 중앙행정기관으로서 ‘특검은 공직자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국민권익위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청탁금지법에 관련한 2만4천129건의 유권해석을 해왔습니다.

□ 수사와 재판 주목

박 전 특검은 권익위가 유권해석 권한이 없다며 법무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습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박 전 특검이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인 공직자에 해당하는지를 법무부가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법무부는 그 근거로 법제업무 운영 규정 제26조 8항을 들었습니다. 해당 조항은 법령해석의 요청을 받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사안이 구체적 사실인정에 관한 사항이거나 이미 행해진 처분이나 행위의 위법·부당 여부에 관한 사항인 경우 법령해석을 요청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향후 수사와 재판의 결과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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