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준비.학생 평가 시간까지 '근로시간' 인정이 '대학의 사회적 책임'

국내 대학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지난해 8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2년을 넘기고 있지만, 여전히 강사 퇴직금과 관련된 논란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강사법'은 대학 시간강사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 교원 지위 인정을 위해 지난 2019년 8월 1일부터 시행된 법으로, 공식 명칭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이다. 해당 법안 개정은 2010년 한 지방대의 시간강사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계기가 돼 이뤄졌다.

 

2010년 5월 25일 조선대 시간강사 서모(당시 45세) 박사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 박사의 승용차에선 A4 용지 5쪽의 유서가 나왔다. 그는 유서에 '한국 사회는 썩었다. 교수 한 마리(한 자리)가 1억5,000만 원, 3억 원이라는군요. 저는 2년 전 (교수 임용 대가로) 전남 모 대학에서 6,000만 원, 두 달 전 경기의 한 사립대에서 1억 원을 요구받았다'고 썼다. 그는 또 '조선대 B교수님과 함께 쓴 논문이 대략 25편, 교수님 제자를 위해 박사 논문 1편, 한국학술진흥재단 논문 1편, 석사 논문 4편, 학술진흥재단 발표 논문 4편을 썼다. 같이 쓴 논문 대략 54편 모두 제가 쓴 논문으로 이 교수는 이름만 들어갔으며 세상에 알려 법정 투쟁을 부탁한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시간강사(문제)를 그대로 두면 안 된다. 교수 임용 비리 등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다'는 당부로 유서의 끝을 맺었다.

'강사법'에 따르면 ▷강사에게 대학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고 ▷대학은 강사를 1년 이상 임용해야 하며 ▷3년 동안 재임용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 또 ▷방학 기간 임금 지급 ▷재임용 거부 처분 시 강사의 소청심사권 부여 ▷강사에 대한 퇴직금 지급과 4대 보험 가입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법안 시행을 앞두고 대학이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강사를 대량 해고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실제로 많은 대학에서 강사법 적용을 받지 않는 겸임교수(다른 학교·기관·기업에 근무하면서 일부 시간만 강의하는 교수)와 초빙교수를 늘리는 등의 방편으로 대대적인 시간강사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해 강사법 도입 1년이 지난 만큼 전국 대학에 강사들의 퇴직금 지급 관련 공문을 발송, 각 대학이 겪고 있는 재정난을 감안하여 강사 퇴직금의 70%를 국고로 지원하고, 30%는 사학진흥기금으로 0.9%의 저리 대출을 제공하겠다고 공지했다.

또, 교육부는 공문에서 광주지방법원 등 각종 판례를 인용 '일주일에 5시간 강의한 강사들은 수업 준비와 평가에 강의 시간의 2배인 10시간을 할애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총 근로시간은 15시간이 되므로 주 5시간 이상 강의한 강사의 경우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대학들은 시간강사들의 강의 준비 시간이 근로시간으로 법에 정확히 명시되지 않은 모호한 상황에서 교육부가 판례를 근거로 압박하는 모양새는 부당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시간강사들의 퇴직금 지급을 미루는 모양새다. 

 

더욱이 일부 대학에서는 강사의 수업 시간이 주 5시간 미만인 강의를 늘려나가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이는 교육부가 제시한 퇴직금 지급 기준보다 주당 강의시간을 짧게 하기 위한 꼼수로 나타났다. 

한국비정규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현재의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기 위한 시간은 대면 강의 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강의 시간의 2~3배를 인전해 주는 것은 당연하다"며 "강의 준비와 학생 평가 등에 사용한 시간까지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현실을 볼 때 한국 대학들의 개선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고 지적했다. 

시간강사 A씨는 "강사를 이용하고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정부의 재정 지원에 대한 욕심만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성할 때다"고 꼬집었다. 

한편,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지난 1일 '대학 시간강사 모두에게 퇴직금을 전면 지급하라'는 성명을 냈다. 

성명에는 "대학 강사들은 강사 이전부터 오랫동안 시간강사 생활을 보내왔다. 생각건대 그 시절은 부조리한 시간이었다. 그들의 교육노동은 존중받지 못했고, 그들의 연구노동은 자신들로부터 소외되었다"며 "교육부는 대학강사의 노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성찰하길 촉구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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