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서 '국민 안전'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제시하면서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이름까지 바꿨다.

정부 출범 후 '안전한 한국 사회'를 만들겠다며 각종 정책을 추진, 안전행정부는 지난해 2월 14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지난 한 해를 평가하면서 '50년 만에 처음으로 사망자 10명이 넘는 사건.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음'을 강조했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도, 지켜보지 않은 국민들도 우리나라는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했다.

하지만 불과 사흘 뒤인 2014년 2월 17일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가 붕괴되면서 신입생 환영회에 참가한 대학생 등 10명이 숨졌다. 이 사건이 일어난 두달 뒤...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청진해운 소속 초대형 여객선이 침몰하면서 300명 가까운 승객이 실종되거나 사망하는 등 대참사가 일어났다.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어린 학생들이 차갑고 깊은 바다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엄마, 내가 말 못할까 봐 보내놓는다. 사랑한다", "연극부 내가 잘못한 거 있으면 용서해줘, 사랑한다"... 여객선이 침몰되면서 어린 학생들이 부모와 지인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이들이 보내 글들을 알게되면서 애틋한 마음은 얼굴 조차 모르는 낯선 사람들의 가슴까지 아프게 흔들어놓고 있다.

이는 정부 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하에 선사가 선박을 규정대로 운항했다면 사고 자체가 일어나지 않거나 발생했더라도 이같은 참담한 피해는 입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9일 강원도 삼척에서는 '삼척원전백지화 시민총궐기대회'가 삼척시민들과 '반핵'을 부르짖는 1만여 명의 시민주도로 열렸다. 그들은 '탈핵'을 부르짖으며 신규 원전 설치 계획을 철회하고 노후원전에 대한 수명연장을 금지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이들이 이렇게 나선 이유는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증명되었듯 재앙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고, 사고 시 그 피해가 너무나 막대하고 치명적이다는 것이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수십만년 동안 사라지지 않을 핵폐기물이 별다른 해결책 없이 미래세대에게 남겨진다는 것도 이유 중에 하나였다.

핵폐기물이 인류의 건강과 유전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독성 물질임은 물론, 방사능과 건강에 관한 국제적 기준은 방사능 노출에는 어떤 안전한 기준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삼척시민들이 용기 있는 시민들이었다는 것은 이번 '삼척원전백지화 시민총궐기대회'를 통해서 여실히 드러났다. 그 용기는 전염됐고 용기는 통했다. 전염성 높은 이번 삼척시민들의 행동에 인근 영덕에서도 오는 11월 11일 '탈핵' 궐기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삼척에서 영덕으로 시민들의 용기가 전염된 것이다.

국가는 국민들이 우려하는 빈틈이 없는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잘못된 점을 개선하고 신속.정확하게 국민의 불안을 덜어 주어야 한다. 국민들을 보살펴야 할 정치권에서 "50년 만에 처음으로 사망자 10명이 넘는 사건.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말 한 그들 집앞에 원전을 세워야 할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국민들이 '고장난 나라'라고 생각하고 먹먹한 가슴에 용기 내어 메시지를 전한 삼척시민들에 대해 불안을 없애 줄 수 있는 것이 국가가 할 수 있는 최우선의 매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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