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시선관위 관리계장 최성철

"아름다운 선거 행복한 대한민국"은 이번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 있어 선거관리위원회의 슬로건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가 OECD 가입국 중 최하위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늘 첫손가락에 꼽히는 나라, 국토의 4분의 1이 국립공원인 나라, 평화와 인권이 국가브랜드가 된 나라인 코스타리카는 외침과 내전이 끊이지 않던 라틴아메리카 한가운데서도 1948년에 군대를 없앴고, 국방비를 교육·복지 등 다른 곳으로 돌렸다.

연간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보건·의료·교육·친환경에너지 같은 사회적 지출에 GDP의 20%를 쓰는 덕에 삶의 질은 높고, 국민들의 생활 만족도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코스타리카 외에도 군대가 없는 나라들은 있지만 유독 이 나라는 평화를 세계에 전파하느라 애쓴다. 코스타리카는 1987년 중미 5개국 평화협정을 이끌어내 분쟁이 퍼지는 것을 막았다.

1990년에는 이웃한 파나마를 설득해 군대를 폐지하게 했다. 2013년에는 세계의 평화운동가들과 함께 무기거래금지조약(ATT)을 만들어 유엔에서 통과시켰다. 이런 이유로 코스타리카는 유엔에서 평화와 인권을 논의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고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일이 손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전쟁과 경쟁 대신 평화와 공동체를 새기기 위한 시민교육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코스타리카에서는 다섯 살부터 투표를 한다.

물론 총선이나 대선 결과에 반영되는 성인들의 표와는 다른 ‘모의 투표’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투표하는 곳과 똑같이 만들어진 투표소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만든 투표용지에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를 한다.

정치와 선거를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즐기고 참여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정당들은 지방 아이들도 투표소에 올 수 있도록 무료 버스를 제공한다.

개표방송에서는 어른들의 투표뿐 아니라 아이들의 투표 결과도 한 화면에서 발표한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은 선거 서너달 전 학교에서 투표를 한다.

선거의 모든 과정을 선관위가 공정하게 관리하고, 결과도 각 정당에 보고된다. 정당들도 청소년 선거 결과에 굉장히 민감한데 이는 청소년들이 몇 년 뒤면 유권자가 될 것이고, 집안 어른들의 분위기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선거 당일에도 큰 몫을 한다. 투표소 안내와 정당별 선거운동 지원, 투표용지 교부 같은 일을 청소년들이 한다.

코스타리카는 선거를 축제처럼 치르는데 선거철만 되면 집집마다 여러 가지 작은 깃발을 세운다. 아버지가 공산당을 좋아하면 빨간깃발, 어머니가 녹색당을 좋아하면 초록깃발, 누나는 파란깃발, 형은 노랑 깃발, 동생은 보라색 깃발을 꽂는다.

택시, 버스, 승용차에도 이런 작은 깃발들을 꽂고 다닌다. 모든 국민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정당을 생각하며 깃발을 휘날린다. 투표일 당일 코스타리카의 가족들은 축구팀을 응원하듯 각자 좋아하는 정당 색깔의 옷을 입거나 머리띠를 하고 축제장에 가듯이 투표소로 간다. 

코스타리카에서 선거와 민주주의, 평화와 행복은 통한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확인된다. 축제처럼 아름다운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행복해지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행복을 꿈꾸지만 행복해지기 위해 실천하지 않으면 행복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 투표하는 일은 이처럼 아름다운 선거를 통해 나를 행복하게 하는 정성스런 행동이다.

이번 제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이 “행복을 위한 한표”를 행사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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