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배 한국폴리텍Ⅲ대학 학장

 

정부가 대한석탄공사의 폐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강원도 폐광지역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경제논리만을 앞세운 에너지공기업 기능조정을 명분으로 태백 장성과 삼척 도계, 전남 화순 등 3개 광업소를 모두 없애겠다는 그 발상에 참담함을 느낄 따름이다.

돌이켜보면, 석탄산업합리화정책이 시작된 1989년부터 폐광지역 주민들은 정말 무던히도 참고 견디며 살아왔다.

석탄산업합리화의 후유증과 상처는 폐광지역의 경제적 자립기반을 뿌리째 뽑아 도시의 몰락을 초래했고 이는 모두 정부의 책임이었다.

1960년대 석탄은 국가산업발전의 원동력이었고, 1970년대 오일쇼크로 국가경제 위기 때에도 국가 에너지정책의 중심에는 석탄이 있었다.

전국에서 모여든 젊은이들이 숨쉬기조차 힘든 지하 갱도에서 목숨을 걸었고, 광부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며 가족의 행복과 국가 발전을 위해 몸을 던졌다.

하지만 그 결과로 그들에게 남은 것이라곤 진폐라는 직업병에 걸려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하면서 죽어가는 삶, 그것이 ‘광부의 삶’이었다.

1950년에 탄생한 대한석탄공사는 대한민국이 지금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기까지 명실상부한 핵심이었고, 그 영광의 그늘에는 폐광지역 주민들의 한 맺힌 역사가 있다.

이러한 희생의 역사를 알고 있다면 폐광지역 지역공동체를 해체하려는 정부의 이번 발상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

대책없는 석탄공사 폐업은 강원남부 폐광지역의 마지막 남은 희망과 의지를 무참히 꺾어버리는 동시에, 이제까지 팍팍한 삶을 이어온 폐광지역 주민들의 질긴 목숨 줄을 끊어버리는 잔인한 정책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지난 석탄산업합리화정책으로 대부분의 탄광이 문을 닫았고, 수십만 명의 광부와 가족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폐광지역은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 않은가.

정부는 석탄공사를 폐업하기에 앞서,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미래발전 계획을 먼저 수립, 시행해야한다.

지난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에 대한 솔직한 반성과 함께 폐광지역 주민들의 아픔을 씻어줄 정주기반 마련 등 지역 환경개선이 선행돼야 마땅하다.

우리는 1980년 사북항쟁이나 1999년 태백시민생존권투쟁이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폐광지역 주민들의 살기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는 교훈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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