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차원의 구호·생계에 관한 지원기준 최초 마련

▲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그의 저서 ‘위험사회’에서 “현대사회는 무수한 위험과 재난 앞에 모두가 평등하게 노출된 사회”라고 하였다.

이는 현대사회가 처한 각종 위험의 정도가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산업화·도시화에 따라 수반되는 수많은 위험요소가 이미 사회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지위나 빈부격차에 관계없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간 우리사회는 자연재난을 천재(天災)라 하여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을 국가의 책무라 여긴 반면, 화재나 붕괴, 폭발과 같은 사회재난은 인재(人災)라 하여 국가보다는 재난을 유발한 사람의 피해배상 또는 보상 책임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자연재난은 국가가 그 기준을 만들어 지원하면 되지만 사회재난은 가해자의 특정, 책임소재 확정 등 과정으로 인해 피해지원 절차로 시일이 소요된다.

또한 사회재난은 그 유형이 다양하고 피해규모의 정량화가 어려워 지원기준의 정립도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관련 법령 마련이 지연되어 피해자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울리히 벡이 말한 대로 현대사회에서 재난위험은 일상적인 것이 되었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사회재난이 발생하고 있으며,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재난상황들은 더이상 우리나라에서도 낯선 뉴스가 아니다.

구미 불산 누출사고나 세월호 사고처럼 가해자 또는 피해자의 힘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사회재난이 증가하고 있고, 피해자 지원에 있어 정부역할에 대한 국민의 요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여건의 변화를 고려하여 국민안전처는 출범 직후부터 사회재난에 대한 복구지원체계를 확립하는 데 힘써 왔다.

우선, 관계기관과의 협의 및 전문가 자문을 통해 재난유형에 관계없이 피해자의 생활안정에 필수적인 항목과 지원금액, 지원절차를 정한 규정을 최초로 마련하였다.

또한 지원내용에 있어서도 자연재난과 대비하여 재난으로 인해 주소득자가 사망하거나 실직하여 소득이 없어진 가구에도 생계비를 지원하는 등 지원대상을 확대하였다. 이재민에 대한 구호비 지원단가를 현실화하는 등의 개선도 하였다.

앞으로 사회재난이 발생하여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피해주민들은 규정에 따라 구호금, 생계비, 주거비, 교육비 등의 지원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구미 불산 누출사고의 경우처럼 유해화학물질이 누출되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사망자 유족이나 부상자는 위로차원의 구호금을 받게 되며, 주소득자가 직장을 잃어 소득이 없어진 가구는 생계유지에 필요한 비용 등을 받게 된다.

또한 정부지원이 정해진 기준에 따라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이루어짐에 따라 피해자가 하루빨리 일상생활로 복귀하여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사회재난 피해자에 대한 지원으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정부는 사회재난 피해자에게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한 걸음 한 걸음 더 나아갈 계획이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이, 예상치 못한 재난으로 하루아침에 소중한 것을 잃고 실의에 빠진 사람들이 ‘아픔을 치유하고, 희망을 회복하고, 일상을 되찾게 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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