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정권 경찰교육원 감성계발센터 교수

최근 ‘경비원은 개다, 개는 주인 말을 잘 들어야 한다‘며 막막을 하고, 경비실 문을 발로 차는 등 행패를 부리는 황당한 갑질 사건이 있었다. 소중한 가정의 안전을 지켜주는 경비원은 나의 가족일 수도 있고, 함께 근무한 동료일 수 있는데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칼에는 양날이 있지만 말에는 만 개의 날이 있어서 자신이 한 말로 인해 많은 사람의 마음을 벨 수가 있다. 말은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 방법이다. 이 말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 용기를 줄 수도 있고, 아픔을 줄 수도 있다. 그래서 말에는 추가 따라다닌다고 한다.  말이 내 입안에서 머물 때는 내 것이지만, 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 말에 대한 책임의 추가 따르는 것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무학대사와 서로 농담을 주고 받던 중 이성계가 무학대사에게 “스님은 참 돼지처럼 생겼소.”라고 하자, 무학대사는 “제가 보니 대왕은 참 부처님 같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그러자 이성계가 “스님! 어찌 저는 당신을 돼지라 칭하였는데, 저를 부처라 높여 주십니까?”라고 묻자, 무학대사가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법이오.”라고 대답하였다. 말과 관련한 유명한 일화이다.

품격이란 사람의 품성과 인격이란 뜻인데 대화를 할 때 우리는 얼마나 품격을 갖추고 대화를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보통 대화를 하면서 내 입장에서만, 내 위치에서만 이야기 할 때가 많다. 품격 있는 대화가 되려면 나와 상대방이 동등한 위치에서 시작이 되어야 한다.

대화하는 상대가 나보다 나이가 어려도, 배운 정도가 달라도, 직위가 낮아도 대화의 품격을 갖추려면 대화의 기준을 상대방과 동등하게 생각하고 시작해야 한다. 자신의 직책과 경력만을 내세운 채 상대를 나보다 낮게 여기고, 무시하거나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다 옳다는 판단에서부터 시작하는 대화에서는 도저히 품격을 찾을 수 없다.  

우리는 말은 배웠지만 말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교육을 받은 적이 적다. 필자가 근무하는 경찰교육원에서는 경찰관 언어사용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비폭력대화 교육 등 말에 대한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 사회 다양한 구성원들이 품격 높은 언어 사용과 대화로 갑질 걱정 없는 사회, 문화의식이 충만한 사회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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