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간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 그의 집무실과 자택이 압수수색당했다.

특검이 곧 그를 소환한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요지부동이다. 2014년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라 리스트를 만든 혐의로 특검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지만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면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조 장관의 블랙리스트 작성 참여 사실은 복수의 전직 문체부 고위간부들에 의해 구체적으로 드러난 바 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조 장관이 정무수석으로 재직할 때 정무수석실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김소영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을 거쳐 문체부로 내려보냈다고 증언했다.

리스트를 본 적조차 없다는 조 장관의 변명은 말이 안된다. 특별검사도 조 장관이 국회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지 않았으며, 본 적도 없다”고 한 것은 위증이라면서 특검에 고발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청와대와 문체부가 리스트를 함께 만든 사실은 특검이 문체부 실무자들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에서도 확인했다고 한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적용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허문,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지표 중 하나가 문화융성임을 감안하면 정권의 자기기만이다.

다른 사람이 한다고 해도 막아야 할 일을 해놓고 문체부 장관 자리에 계속 앉아 있는 것은 공직의 엄중함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 들어 두 차례 장관을 할 정도로 승승장구한 배경에도 이런 불법행위가 작용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문체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부처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에 대한 특혜지원과 미르·K스포츠 재단 편법 설립 등이 다 문체부를 통해 이뤄졌다.

관계자들의 죄상을 낱낱이 밝히려면 장관이 그대로 있으면 안된다. 더구나 조 장관은 수사가 시작될 즈음 집무실과 해당 부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갈아치워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있다.

지금도 매일 출근하면서 어떤 증거들을 인멸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조 장관의 존재는 공무원들이 사실대로 진술하는 데도 방해가 된다. 핵심 역할을 한 직원이 장기간 휴가를 가는 사례도 있었다.

엊그제 임명된 송수근 제1차관도 블랙리스트 작성에 연루돼 있다. 현직 장차관이 동시에 사법처리되는 초유의 사태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지경이면 조 장관은 단순히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그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조 장관은 즉각 사퇴한 뒤 특검에 출두해야 한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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