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선 고용노동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

지난해 여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장면은 온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던져주었다.

말로만 듣던 4차 산업혁명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는 것이 절실하게 느껴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 경제와 사회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다. 생활의 편리함도 높아지겠지만, 우리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AI(인공지능)와 로봇으로 인해 미국은 일자리의 약 47%가 20년 내에 컴퓨터로 대체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며, 일본은 4차 산업혁명으로 2030년까지 자국 내 일자리가 735만개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서비스나 재화에 대한 욕구와 수요를 창출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자리 창출은 새로운 변화에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대응을 하는 기업에게 돌아갈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기업에 위기와 도전의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그간, 다양한 산업환경 변화가 그래왔듯이 4차 산업혁명으로 많은 기업의 몰락과 성장이 진행되고 있다. 닌텐도는 1990년대 CD-ROM이 보편화되는 PC시대에 대응하지 못해 위기를 겪었다.

최근에는 위치확인시스템(GPS)과 증강현실에 기반한 ‘포켓몬 고’를 통해 급격한 매출 성장을 이루어냈다. 이러한 기업의 성패는 환경에 적응하는 유연성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으며, 특히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창의성’을 얼마나 잘 소화하였느냐에 따라 좌우되었다.

‘창의성’은 새롭고,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기업이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나 비일상적인 아이디어를 산출하고 이를 새로운 상품으로 등장시키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새로운 생각을 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책상에서는 해법이 떠오르지 않는 문제가 산책 중에, 커피숍에서 떠오를 때가 있다.

주변 환경이 생각에 영향을 미치듯이 기업은 일하는 방식에 유연성을 부여함으로써 구성원의 생각을 유연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꼭 사무실로 출근해야 할 필요는 없다. 출퇴근시간이 똑같아야 할 당위성도 없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여유롭게 출근해서 집중할 수 있는 회사. 대학원을 다니기 위해 조금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회사. 직원은 직장에서 아이 걱정, 스케줄 걱정 없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최근 아마존은 주 4일제 실험에 돌입했고, ‘유니클로’ 브랜드로 유명한 패스트리테일링도 1일 10시간씩 주 4일 근무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도요타는 일주일에 2시간만 회사에서 근무하고 나머지 시간은 집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네덜란드 ING 은행은 근무시간과 장소를 조정하면서 주 3∼4일만 근무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유연근무제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직장문화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유연근무제를 신청한 근로자를 유별나다고, 이를 허용한 관리자를 대단하다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근무제도의 하나로 인식해야 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은행권 최초로 스마트워크, 자율출퇴근제 등 유연근무를 도입하였다. 최근에는 유연근무를 신한은행의 ‘일하는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스마트워크센터를 추가하고 자율출퇴근을 확대하는 ‘스마트 근무제 2.0’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마케팅이나 핀테크 관련 업무 등 창의력이 요구되는 분야의 경우에는 유연하게 근무해서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도록 장려하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기업의 노력을 돕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유연근무제 도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중소기업에 집중하여 지원하고 있다.

먼저, 유연근무를 도입하는 중소기업에는 근로자 1인당 연 최대 520만원을 총 근로자의 30%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2017년부터는 재택·원격근무 도입에 필요한 시스템, 설비·장비 비용을 지원하는 ‘원격근무 인프라 구축 지원 사업’을 새로이 도입하여 융자 4000만원 포함 총 6000만원을 지원한다.

이와 더불어 제도 도입을 희망하는 기업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유연근무 도입 매뉴얼을 발간하고, 일터혁신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으며, 민관합동 근무혁신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재택근무 활용비율이 2014년 11.5%에 달했는데, 여기까지 이르는 데 15년이 필요했다. 유연근무를 선도적으로 도입한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수년간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일하는 문화를 변화시켜오고 있다.

오랜 기간 형성된 문화를 바꾸는 것은 결코 쉽지 않지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임도 분명하다.

새로운 산업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전략이기에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유연하게 효율적으로 일하는 일터문화를 위해 작은 것부터 실천하면서 우리의 생각을 조금씩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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