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청장 김종진)의 허가로 삼척시청(시장 김양호)과 (재)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제정스님)가 조사하고 있는 ‘삼척 흥전리사지’(三陟興田里寺址)‘ 발굴조사지역에서 통일신라 시대 승단 조직에서 사용한 청동 승관인(僧官印)이 확인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5일 오후 3시 도계 발굴현장설명회에서는 도계도서관의 브리핑을 시작으로 흥전리사지 발굴현장 유물공개와 언론의 취재가 잇따랐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4년부터 ‘중요 폐사지 발굴조사 사업’의 하나로 삼척시청과 (재)불교문화재연구소와 함께 삼척 흥전리사지 발굴조사를 시행 중이다.

 

삼척시청이 시행 중인 올해 발굴조사에서는 통일신라 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인장 2과가 출토됐으며, 12점의 대호(大壺, 항아리)를 묻었던 장고(醬庫, 장‧독 보관시설)가 확인돼 학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출토된 청동인장 2과는 모두 완전한 형태이며, 이 중 하나는 청동인주함에 인장이 담긴 채 출토됐다.

보존처리 중인 청동인장은 2과 모두 정사각형(5.1㎝)으로 윗면에 끈을 매달 수 있는 손잡이가 있는 주문방인(朱文方印)의 형태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2과의 청동인장에는 6자의 전서체(篆書體)와 기하문(幾何文)이 각각 새겨져 있다.

  * 주문방인(朱文方印): 글자를 양각(돋을새김)으로 새겨 글자 부분에 인주가 묻어 도장을 찍었을 때 글자가 붉게 보이는 것
  * 전서체(篆書體): 한자의 대표 서체 중 하나로 진시황제가 제정하였으며 도장을 팔 때 많이 사용하는 서체
  * 기하문(幾何文): 직선과 곡선의 도형을 가진 추상적 무늬

또, 2과 중 한 점의 인문(印文)이 ‘범웅관아지인(梵雄官衙之印)’으로 판독되며, 서체는 당나라 관인(官印, 관청에서 공적으로 사용한 인장)과 유사한 구첩전(九疊篆, 글자 획을 여러 번 구부려서 쓴 전서체)의 초기형태이다. 이 인장은 통일신라 시대 승단에서 사용한 승관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강원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장고(醬庫) 터가 확인됐으며 정면 3칸, 측면 2칸의 건물지 내부에 대호 12점을 정연하게 묻어 사찰음식 재료를 보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같은 형태의 통일신라 시대 건물지는 남원 실상사를 비롯해 경주 황룡사지와 성건동 유적에서도 확인된 바 있으며 선종사찰 고원(庫院)시설의 장고였음이 밝혀졌다.

삼척 흥전리사지는 통일신라 시대 영동지역 불교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사찰로  그간 금당지(金堂址), 탑지(塔址) 등 주요 가람시설이 확인됐다.

특히, 신라 시대에 왕이 임명하는 승단의 최고 통솔자인 ‘國統’(국통)이 새겨진 비조각(碑片)을 비롯해 청동정병(靑銅淨甁), 금동번(金銅幡, 깃발) 등 중요 유물이 출토되어 위세 높은 사찰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한편, 삼척시청은 삼척흥전리사지의 실체와 역사적 가치를 규명하여 체계적인 보존‧관리‧활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차 발굴조사 성과를 집성한 학술대회를 2018년 2월에 개최할 계획이다.

또, 학술대회를 통해 도출된 조사 성과와 의의, 정비 방안 등을 담아 2018년 사적 지정 신청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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