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점검단 파견 취소에 스텝 꼬여…고개드는 '색깔론'과 국내 불만 여론도 확산

북한이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비롯한 예술단 사전점검단 파견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구상하는 문재인 정부의 발걸음이 주춤하는 형국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사진)은 20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오전 11시 20분쯤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서 남북고위급회담 수석대표 명의(조명균 장관) 전통문을 북측에 보내 북측의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파견을 중지한 사유를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고 했다. 

 

갑작스런 북 측의 행동에 조 장관이 직접 나서 경위 파악과 뒷수습을 하는 모양새지만, 아직 북 측의 입장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 장관은 "북 의도에 대해 예단하지 않고 지켜보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전하면서 사실상 북 측의 답신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답답한 상황이 됐다. 

예정된 합의 일정이 일방적으로 취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측이 차분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의 디딤돌로 삼으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하고, 대화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문재인 정부는 오랜기간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유도해왔다.

문제는 북한의 일방적이고 돌발적인 행동에 우리 정부가 수위를 낮춰 대응하는 모습이 보수야권이 기다리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은 북측의 점검단 파견 취소 소식이 알려지자, 이날 오전에만 논평을 두 개나 내고 그동안 자제해왔던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평창올림픽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있지만 평창은 사라지고, 올림픽도 사라지고, 북한만 남아 있는 형국"이라며 "오죽하면 평창올림픽이 아니라 평양올림픽이라는 말이 다 나왔다"고 비판했다.

또, 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은 "솔직히 김정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안달이 난 몇몇 사람 빼고는 현송월이 오든 말든 관심이 없다. 오히려 제발 오지 말았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날을 세웠다.

심지어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인 나경원 한국당 의원마저 개별 입장문을 내 "평창올림픽, 평양올림픽으로 둔갑시키는 문재인 정부"라고 맹비난했다. 

만약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남북 협상에서 신의를 저버리는 북한의 일방적인 행동에 우리 측이 끌려가는 형국이 된다면, 보수야권의 색깔론이 더욱 효과적으로 선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 지지층조차 정부의 일방적인 단일팀 구성 발표에 등을 돌리는 추세다. 최근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난주보다 6%p가 떨어진 67%로 조사됐는데, 부정적 평가가 나온 이유에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남북 단일팀 구성'이 새롭게 등장했다.

또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반대하는 청원에 동의한 국민도 4만명 가까이 이르렀으며, 땀 흘려 준비하는 선수들의 의견은 배제된 채 정부의 일방적 발표에 불씨가 생겼고, 이낙연 총리가 "메달권 아니다" 등의 발언으로 화를 키운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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