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동통신사에 원가 정보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놨다.

지난 2011년 참여연대가 "통신서비스는 국민의 생활 필수재이므로 원가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며 소송을 낸 지 7년 만이다. 

이번 확정판결로 공개 대상이 된 자료는 2005~2011년 이동통신사들의 손익계산 및 영업통계 자료 등에 국한되긴 했지만, 통신비 산정 자료가 국민의 알 권리에 근거한 정보공개 대상이라는 점을 대법원이 판결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통신비 인하 논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 12일 참여연대가 통신정책 주무부처였던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상대롤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2014두5477)에서 "이동통신요금 원가 산정 근거자료 일부를 공개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동통신서비스는 전파 및 주파수라는 공적자원을 이용해 제공되고 국민 전체의 삶과 사회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지, 국가의 감독·규제가 적절하게 행사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1심은 "영업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거나 일부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더라도 이동통신사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공개 청구 대상 자료를 전부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2심도 "국민의 알 권리는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로 국민으로부터 정보공개 요구를 받은 공공기관은 비공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공개해야 한다"며 "이동통신서비스의 내용 및 요금이 적정하게 책정됐는지에 관한 국민적 의혹의 해소와 방통위 업무수행의 투명성·공정성·정당성 확보를 위한 공익적 요청보다 크지 않다"고 원가자료 공개의 필요성을 긍정했다.

다만, 공개대상 범위를 원가 산정을 위한 사업비용과 투자보수 산정근거자료 가운데 영업보고서의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 영업통계 등으로 한정했다.

또, 영업보고서 가운데 인건비나 접대비, 유류비와 같은 세부 항목, 이동통신사가 콘텐츠 공급회사나 보험사 등 제3자와 체결한 계약서 등은 "영업전략 자체가 공개되는 결과가 초래된다"며 비공개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공개 대상 시기도 2005년부터 2011년 5월까지 2·3세대 통신 서비스 기간으로 제한을 뒀지만, 참여연대는 이날 대법원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통신서비스의 공공성과 민생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국민의 알권리 등이 통신사업자의 영업비밀보다 우선한다는 원칙과 이동통신사에 대한 국가의 감독 및 규제가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기념비적인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이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고 통신서비스의 공공성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도 이날 선고 직후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이동통신 요금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관련 자료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이번 판결을 통해 공개 대상이 된 이동통신 영업보고서와 이동통신 요금신고인가 관련 자료를 정보공개법 등 관련 법률에서 규정한 절차에 따라 공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강원지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