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도 아껴 사먹어요”…특검의 또 다른 싸움은 ‘돈’

고비용 디지털 포렌식 수사에 ‘예산난’
박카스 싸게 사러 한 시간 운전하기도
특검 “국민 세금이라 아껴쓰는 것”

 

지난 3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역 9번 출구 옆 J빌딩.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 사무실 앞으로 박카스 1000병이 배달됐다. 밤샘 수사를 해야 하는 특검팀을 위한 허 특검의 자그마한 성의였다.
  
특검 관계자에게 이 많은 박카스를 어디서 사 왔느냐고 물었고 예상외의 대답이 나왔다. 강남역 주변 약국이 아닌 종로 보령약국까지 운전해 사 왔다고 했다.  특검 관계자는 “종로에서 사면 박스당 800원을 아낄 수 있어 한 시간 정도 운전해 다녀왔다”고 말했다. 수사를 개시한 지 이제 막 일주일을 넘긴 특검팀이 ‘돈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 지난 3일 오전 허익범 특별검사팀 사무실 앞으로 배달되고 있는 박카스의 모습.

특검팀에게 책정된 정부 예산은 31억 4000만원. 60일간의 수사를 위해 부족해 보이지 않는 액수다. 하지만 특검팀은 예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드루킹 수사’가 가지는 특수성 때문이라 입을 모은다. 댓글 조작의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고성능 기기와 전문 인력이 투입되는 디지털 포렌식 수사가 필수적인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특검 관계자도 “포렌식 수사에만 예상외로 큰 비용이 들어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특검팀은 현재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가 이끈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의 휴대전화 100여대와 사건 관계자들이 사용한 컴퓨터 하드웨어 등을 확보한 상태다.  
  
노명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는 “휴대전화 100여대에 대한 포렌식 비용은 최소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이 들 것”이라며 “특검팀이 관련 장비를 모두 새로 마련하고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예산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라 우려했다.
  

▲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수사를 개시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달 27일 수사개시 당일 허익범 특검이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이에 특검에서는 일부 간단한 장비는 민간 포렌식 업체로부터 대여하고 고성능 장비는 경찰의 협조를 받아 빌려 쓰고 있다.  

이 밖에도 특검팀 예산에선 수사에 합류한 허 특검과 세 명의 특검보, 민간인 출신 특별수사관 등에 대한 인건비와 식대, 사무실 임대료, 초과근무 수당도 빠져나간다. 모두 고정 지출이다.  
  
특검팀이 현재 6개 층을 빌려 사용 중인 강남역 인근 빌딩의 두 달 임대료만 1억 4000만원이다. 짧게 써야 하니 비쌀 수밖에 없다. 

▲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위치한 강남역 인근 빌딩.

파견된 수사관 중에는 변호사나 박사 학위를 지닌 디지털포렌식 전문가 등 고급 인력이 다수 포진해있다. 인건비도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 속에 특검팀 관계자 대다수는 점심·저녁 식사를 강남역 주변 저렴한 국밥집에서 때우고 있다. 근처 빵집에서 샌드위치를 사 먹기도 한다.  
  
역대 특검은 모두 비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예산이 부족해 특별검사가 사무실 월세를 사비로 내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특검 예산 선정에 보다 면밀한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검 예산은 6개월마다 공소 유지를 위해 국무회의를 거쳐 지급하게 되어 있다. 이를 수사 중 특검이 요청하면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검 관계자는 “예산을 아껴 쓰는 것은 국민의 세금이기 때문이다. 주어진 예산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말했다.  <중앙일보>

저작권자 © 강원지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