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임기 4분의 1 경과... 지지율 높지만 곳곳에 경고음
4대강 예산 2배 쓰고 고용쇼크

소득성장 고집, 노동개혁 외면... 3040 직장 잃고 弱者는 더 곤경
경륜가로 참모진 대폭 바꿔야

 

문화일보 이용식 논설주간.

정치는 미래를 파는 비즈니스다. 많은 정치인은 달콤한 공약을 내걸고, 어려운 일은 피하고, 잘못에 대해서는 더 자극적인 정책으로 덮어 감춘다. 그러나 진실의 순간은 닥친다. 위대한 정치가들은 반대다. 문제를 회피하면 미래가 더 암담함을 솔직히 알리고, 고통 분담을 호소한다. 윈스턴 처칠의 리더십을 연구한 명저 ‘용기의 달인(Master of Courage)’에서 저자는 지도자의 3대 필수 용기 중 하나로 국익을 위해 ‘남을 불쾌하게 할(displease) 용기’를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5개월, 임기의 4분의 1을 막 넘겼다. 지지율이 하락 추세지만, 대선 득표율 41%에 비하면 60% 안팎도 결코 낮지 않다. 6·13 선거에서 압승했고, 여당 대표 출마자들도 대통령과의 친분을 앞세우니 국정 동력을 걱정할 단계도 아니다. 그러나 경고음은 곳곳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6·25 이후 최대 국난이라던 환란 사태에 비견된 ‘7월 고용동향’은 집권의 축제가 끝났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문 대통령의 국정 카드는 적폐 청산과 남북협력, 소득주도성장이었다. 첫째 카드는 두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냄으로써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치적 효력이 거의 다했고, 피로감은 높아졌다. ‘4대강 예산의 두 배를 1년 만에 퍼붓고도 고용 재앙을 만들었다’ ‘최순실은 내 인생에 직접 피해는 안 줬는데 현 정부는 알바 자리까지 없앤다’ 등의 불만이 인터넷 공간에 넘친다. 행정부, 사법부, 공기업, 공영언론사를 막론한 코드 인사에다 탈원전, 북한 석탄, 사드 소동, 쿠데타 몰이 등에 대한 불신도 높아간다.

문 대통령은 벌써 판문점에서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했고, 평양회담도 예정돼 있다. 종전선언과 경협에 치중함으로써 정작 본질인 북핵 폐기는 더 꼬였다. 그나마 정상회담의 환상을 제거한 것은 역설적 효과다. 이벤트만으로 국내정치 효과를 노리던 시절은 지나갔다. 국민이 동의하는 구체적 성과가 없으면 역풍은 불 보듯 뻔하다.

무엇보다 경제가 문제다. 7월 고용동향은 예견된 상황의 확인일 뿐이다. 저출산에도 지난해와 올해 전체 인구(7월 기준)는 11만 명과 6만2000명 늘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탓을 하지만 이제 막 시작됐고, 고령화와 세대 분화, 일본 등 외국 사례를 고려하면 상당히 증가해야 한다. 그런데 고작 5000명이다. 지난해 7월에는 31만6000명 증가했었다. 더욱 안타깝게도 한국경제의 허리 세대이면서, 문 대통령 지지가 가장 확고한 30대와 40대의 일자리가 급감했다.

소득불평등도 더 심해졌다. 올 1분기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0.401로 전년 동기의 0.375보다 크게 악화했다. 역대 최악 수준이다. 문 정부의 선한 의도와 반대로 경제적 약자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는 얘기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저서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 196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진 소득불평등이 완화됐는데, 그 뒤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분배를 중시한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되레 나빠졌다는 의미다. 그런 실패가 또 되풀이되려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그 자체로도 문제이고, 지금은 절대 실험할 때가 아니라고 대다수 전문가가 지적한다. 고용절벽은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현실을 무시한 주 52시간 근무제 강행 등의 역풍일 뿐이다. 가격(임금)이 상승하면 수요(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은 경제의 기본 원리다. 여기다 노동개혁은 거꾸로 간다. 일자리 나누기를 하려면 임금 나누기가 필요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병행해야 한다. 장 정책실장도 재산보다 소득의 불평등이 분배의 근본 문제라면서 강성 노조의 양보를 강조했는데, 실제 정책은 정반대에 가깝다.

국정 모든 분야에서 거품이 빠지고 있다. ‘촛불 잔치’를 접어야 한다. 너무 과한 비용을 치르지 않았는지 돌아보며 실생활로 돌아갈 때다. 첫째, 이벤트보다 실질을 중시해야 한다. 특히, 남북관계는 핵 폐기 집중과 안보 강화가 중요하다. 둘째, 지지층을 초월해야 한다. 고마움을 잊어선 안 되지만, 대통령은 국민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 70년 대한민국사 전체를 오롯이 수용해야 스스로 그 역사의 일부도 될 수 있다. 셋째, 이념형 참모들을 실무형 경륜가들로 바꿔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실패한 정책에 대한 변명과 땜질이 계속될 것이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면 정권도, 나라도 불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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