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수원지법 판사가 지난 20일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전격 구속되었다.

이 사건은 최 판사가 2억6000만원의 거액을 수수했을 뿐 아니라 현직판사라는 점에서 법조계 안팎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최 판사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검사로 재직하다가 2008년 12월 판사로 전관했고, 그 후 신임법관에 대한 사법연수원 교육과정을 거쳐 2009년 3월 청주지법으로 첫 발령을 받았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그는 검사로 재직하던 2008년 마약류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명동 사채왕' 최모씨를 소개받았다고 한다.

최 판사는 수사검사의 대학동문이고 사법연수원 동기인데, 최씨는 수사검사에게 부탁하여 사건을 무마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최 판사에게 2009년 여러 차례에 걸쳐 위 금액을 전달했다고 한다.
우연인지 몰라도 최씨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은 최근 불거진 법관의 성추행, 음주소란 등의 일탈행위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다른 공직자를 포함하여 일반인들은 법이나 윤리규범에 위반되는 행위가 없다면 나머지 영역은 사생활로 보호되지만 법관직에 있어서는 개인의 양심과 내면세계의 투명성까지 요구된다.

헌법은 법관에 대하여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할 것을 명하고 있다. 법관의 양심을 이루는 핵심 요소는 공정성이라고 할 것인데, 공정성은 청렴성에 의하여 담보된다.

법관은 독립하여 재판하는 국가기관으로서 개개인이 바로 법원인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 판사의 행위가 사법부 전체에 끼친 해악은 치유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사건은 최 판사가 과거부터 계속된 부적절한 처신의 연장선에서 임관되자마자 저지른 범죄이기는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법원행정처장이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법관이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되면 다른 법관들이 법정에서 재판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당사자들이 법관이면 모두 같은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한 나머지 재판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재판진행에 협조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거의 일상적으로 법관비리가 언론에 보도되지만 미국처럼 법원의 위상이 높은 나라도 없다.

이는 국민들이 법원과 비리법관을 철저히 구분하여 생각하는 지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사법정책에 있어서도 커다란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우리나라가 법조일원화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법관이 되려면 현재 3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갖추어야 하고, 향후 그 기간이 계속 늘어나 2023년부터는 10년 이상일 것이 요구된다.

여기서 문제는 대법원이 법관지원자의 이념적 편향성이나 청렴성 등 법관으로서의 자질과 인성에 관한 정보를 확보하는 데 중대한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법관지원자는 변호사, 검사, 행정부 공무원 등으로 활동한 경력자일 것이 예상되는바, 과거의 행적 등 법관적합성을 판단할 수 있는 자료는 공식기록 외에 거의 없기 때문이다.

법관지원자가 개업변호사 등인 경우에는 최소한의 공식기록조차 없다. 따라서 대법원으로서는 법관지원자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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