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석 판사(서울고법)

퓰리처상을 2번이나 수상한 저명한 언론인 월터 리프먼(Walter Lippmann)은 1922년에 출간된 그의 저서 '여론(public opinion)'에서 진리와 뉴스는 같은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리프먼은 그 핵심적 차이를 이렇게 지적한다. "뉴스의 기능은 어떤 사건을 두드러지게 하는 것이고, 진리의 기능은 숨겨진 사실을 규명하는 것이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국민들은 모든 사회 현상을 직접 보거나 직접 경험할 수 없다. 결국 미디어의 보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사안을 접하기 때문에, 각종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이미지로 여론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국민들이 접하는 내용의 진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에 근거해 최고의 주권자이자 의사결정권자인 국민들의 여론은 형성된다.

상반된 이해관계의 치열한 다툼이 펼쳐지는 재판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여론을 오도해 재판부에 영향을 미치려는 다양한 시도가 최근 늘어나고 있다.

재판에서 결론도 나기 전에 모두 자신만의 진실을 내세워 사안을 규정하고 그와 다른 결론은 마치 정의롭지 못한 양 여론을 형성하려 한다. 실제로 최근 어느 유명 배우와 관련된 재판에서도 관련 내용이나 문자 등을 언론에 흘려 재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런 기사들은 일방의 입장에 근거한 편향된 것이 많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 역시 재판에서 증거로 조사되지 않으면 판사가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언론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해 어느 한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간 후 자신의 입장과 다른 결론이 나오면 여론을 등에 업고 판사를 비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식으로 재판에 영향을 끼쳐 유리한 결론을 얻으려하는 행태는 현대 사회에서 사법의 독립을 침해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판사는 여론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결론을 내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여론이 문제점을 부각시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고 해도 여론을 그대로 추종하지 않고 한 발짝 떨어져 객관적 진실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세계의 모든 민주국가의 헌법이 재판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는 것은 바로 법원이 이러한 역할을 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독립된 법원만이 여론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도 여론의 파도에 휩쓸려 결론을 내지 않고 객관적인 법의 원칙과 정신에 따라 사법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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