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병사가 총장가족 私兵인가” 공금유용 의혹 등 감사 중 파문

현역 공군 중령이 최차규 공군참모총장의 비리 의혹과 부도덕성 등을 주장하며 ‘명예로운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서신(사진)을 보낸 사실이 8일 확인됐다.

상명하복과 위계질서가 엄격한 군 조직에서 현역 영관급 장교가 참모총장에게 퇴진 촉구 서신을 보낸 것은 창군 이래 초유의 사태다.

최근 국방부 감사관실이 현역 공참총장을 상대로 공금유용 및 관사 비품 대량 구매 의혹 등에 대해 사상 초유의 회계감사를 벌이는 가운데 현역 장교의 총장 사퇴촉구 사태까지 터지자 공군과 국방부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 공군 중령은 이번 주 초 공참총장 앞으로 발송한 A4 3쪽짜리 서신에서 “총장님과 그 가족분들에 대해 공군 내에서 회자되는 여러 비위 사실들이 넘쳐나고 있다”며 “이 같은 사실들이 하나둘씩 밝혀질수록 공군은 진흙탕에 빠질 것이므로 그만 책임을 지고 물러나 달라”고 촉구했다.

A 중령은 “공군 병사들은 총장님 개인과 가족을 위한 사병(私兵)이 아니다”며 “부하의 무례를 용서하시고 부디 자신을 돌아보고 공군을 위해서 최선의 선택을 하시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A 중령은 “총장님께서 말도 안 되는 숱한 변명들을 늘어놓을 때마다 저희는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감히 총장님의 결단을 청와대도 국방부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A 중령의 지인이 문화일보에 보내온 서신 내용에는 “계룡대근무지원단(계근단) 단장 이모 (공군) 준장은 총장님께 돌침대를 사드린 죄와 공금 360여만 원을 유용한 혐의로 중징계를 받고 전역조치 됐다”며 “이 준장 징계 시 돌침대 구입 건은 빼도록 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공군 측은 A 중령이 주장한 관련 의혹들에 대해 사실무근의 음해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군 참모총장 비서실 관계자는 이날 “총장 앞으로 보내온 서신의 존재를 아직 확인하지 못했고, 그와 관련한 최 총장의 어떠한 지시도 없었다”고 밝혔다.

국방부 감사 등을 통해 공군은 서울 대방동 총장 공관에 자동 오븐레인지(1100만 원)를 비롯해 침대(400만 원), 온장고(324만 원), 중화요리 전용레인지(270만 원) 등 모두 2900만 원어치 가구와 전자제품, 계룡대 관사에 돌침대(375만 원), 식탁(220만 원) 등 모두 1120만 원어치의 비품, 총장 집무실에 500만 원짜리 책상 등 1000만 원어치의 비품을 새로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총장이 지난해 4월 취임한 뒤 최근 1년간 새로 구입한 가구·전자제품 등 비품 총액은 5020만 원으로 2011년 이후 최 총장이 부임하기 전까지 총장 공관 관사 등에서 구입한 비품 총액 866만 원의 6배에 육박한다.

최근 5년간 해군은 총장 관사에 단 한 점의 비품도 새로 구입하지 않았으며, 육군은 같은 기간 100만 원대 비품 한 점을 구입한 것과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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