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도 삼척소방서장

2013년 12월 부산 화명동의 한 아파트 화재사고의 안타까움에 대해 다시한번 그 내용을 짚어 보고자 한다.

당시, 아버지는 야간 근무를 위해 출근한 상태였고 아파트에 있던 어머니와 어린 3남매 등 남아있던 한 가족 4명이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고였다.

이들은 화재가 발생하자 베란다로 피신했지만 더 이상 탈출의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의 베란다 한쪽에는 비상시에 벽을 부수고 옆집으로 탈출할 수 있는 경량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집주인은 이 사실을 몰라 다른 쪽 베란다로 피신하여 탈출하지 못했던 것이다.

1992년 7월, 공동주택 3층 이상 층의 발코니에는 화재 등 비상시 피난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쉽게 파괴할 수 있는 경량 칸막이를 설치하도록「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제14조 제5항의 규정이 신설되면서 그 이후부터 건축되는 공동주택에는 발코니 세대간 경계벽에 경량 칸막이 설치가 의무화 되었다.

경량 칸막이는 얇은 두께의 석고보드로 만들어져 있어 망치나 발로 차는 정도의 충격만으로도 쉽게 깨어지기 때문에 경량 칸막이가 설치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누구든지 쉽게 부수고 바로 옆집으로 탈출할 수 있다.

이러한 용도의 경량 칸막이 앞 공간에는 피난에 장애가 되는 물건 등을 놓지 말아야 하며, 무엇보다 화재발생시를 대비하여 피난방법, 피난로 등을 미리 알아두고, 세대별로 소화기를 비치하는 등 안전을 생활화 하는 평소의 대비 자세가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아파트 거주자 상당수가 자신의 아파트에 경량 칸막이가 설치돼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다고 하며, 또한 설치된 위치를 모르고 있거나 아예 경량 칸막이가 설치된 경계벽면에  수납장 설치 또는 세탁기를 놓는 등 비상시 이용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아파트 주민에게도 소방훈련과 교육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지만 자발적인 참여의식이 미흡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와 관련하여 소방관서에서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거주 주민들에 대하여 화재발생 시 경량 칸막이 활용방법, 비상탈출·대피요령, 아파트에 설치된 소방시설 사용법, 화재발생시 초동대처 방법 등에 관한 홍보물을 배포하는 한편, 소방안전교육을 강화해 주민들의 인식 개선에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 있다.

아무리 좋은 시책과 제도가 있다고 해도 주민 모두의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든지 적극적인 참여의식이 따르지 못하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의 안전의식은 소방관서에서만 주도하는 것이 아닌 지역주민 모두의 마음에서부터 우러나는 자발적이고 적극적 의식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이로써 진정한 안전문화가 정착되어 꽃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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