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은 존재하려고 한다. 동물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대는 것도, 식물이 가시를 곧추세우는 것도, 미물이 독한 냄새를 풍기는 것도 모두 다 존재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다들 죽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쳐대는 발버둥이다. 처참하지만 모든 생명은 다 그렇다. 존재하려고 하는 것,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생명의 속성이다.

권력, 돈, 명예를 가져보겠다고 아우성을 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모두 ‘존재하기’ 위해서다.

죽지 않고 살아보되, 조금 더‘잘 살아보겠다'고 이 난리를 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아름다운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소중한 것은 맞다. 그런데 이완구 총리는 그걸 버리겠다고 했다.

그는 4월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어떠한 증거라도 좋습니다. 어떠한 증거라도. 만약 이완구가 망인으로부터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놓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자신의 결백을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총리로서의 자질을 스스로 부인하는 무분별한 말이다.

성완종 전 회장의 죽음이 알려진 9일, 이완구 총리는, 집무실에서 TV를 보며 종일 침통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인 10일 ‘성완종 녹취록’이 공개되자, 이 총리는 11일 새벽 6시40분부터 충남 태안군 의원들에게 15번이나 전화를 걸어 ‘성 회장과 무슨 말을 했느냐, 언론에 왜 그런 제보를 했느냐’며 캐물었다.

이완구 총리는 성 전 회장이 2000년 만든 ‘충청포럼’에 대해 “저는 충청포럼과 전화한 적이 없고 성 전 회장과도 연락한 적이 없다”면서 “필요하다면 제 휴대폰을 제출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충청포럼이 이완구 총리를 지지하는 현수막 5000장을 장당 7만원씩 주고 제작해 일제히 내걸었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하나 밖에 없다고 했었던 휴대폰도, 알고 보니 두개였던 것으로 14일 드러났다.

“2012년 대선에는 (자신이) 암 투병 중이라 관여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그 당시 충남도당 명예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사실이 몇 시간 뒤에 드러났다. 그러자 이 총리는 “실제 선거활동은 못했다”고 다시 둘러댔다.

하지만 하루 뒤인 14일, 그가 지지연설을 하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그 다음날인 15일엔 그가 성 전 회장과 20개월간 23번 만났다는 기록이 공개됐다. 
JTBC가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를 보면,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은 2013년 8월부터 2015년 3월까지 20개월 동안 모두 23차례 만났다”고 단독 보도한 것이다. 불과 나흘 전에는“성완종 전 회장과 친분이 별로 없다”고 했었던 이 총리다.

19일에는 SBS가 “(이완구-성완종)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전화는 2014년 3월부터 1년간 모두 217차례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에게 전화를 건 횟수는 153건, 그리고 이 총리가 성 전 회장에게 전화한 횟수는 64건이었다. 중앙일보는 20일 이를 토대로 “사흘에 두 번 꼴로 착발신 기록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목숨을 내놓겠다”는 극단적인 말까지 하면서 수차례 말을 바꿨다. 이틀 뒤인 16일 “인간의 양심과 신앙에 따라 격정적으로 말을 하다가 나온 말로 송구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이는 본인이 말한 ‘양심’과 ‘신앙’에 어긋나는 해명이다.

‘양심’을 거론하려면, 본인이 먼저, 말을 바꾼데 대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신앙’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이 세상의 어느 종교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용인하는 종교는 없기 때문이다.

국무총리는 나라의 ‘어른’으로 덕이 있어야 하는 자리다. 자신의 생명조차 가볍게 여기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겠나. 성완종 전 회장은 극잔적 선택을 앞두고 남긴 ‘마지막 인터뷰’에서 수차례 이 총리를 원망했다. 이완구씨는 총리로서의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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