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인천에서 네 살배기 여아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빗발치는 비난 속에 결국 구속되었지만 다른 사건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많은 국민들이 경악과 분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문제 어린이집 폐쇄, 원장과 교사의 영구 자격 박탈, 보육교사 자질 향상, 평가 개선 등 대책을 내놓았으나 대부분 과거에 추진되다가 좌초되었거나, 시행 중이라도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문제의 어린이집은 정부 권한을 위임받은 민간단체인 한국보육진흥원으로부터 지난 해 100점 만점에 95점으로 평가인증을 받았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시급한 것은 CCTV 설치 의무화라고 본다. 물론 감시만으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보육교사들의 사생활도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최소한의 예방장치로서 불가피한 차선책이다. 구조적 문제까지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기다리는 동안 '꽃으로도 때리지 말아야'하는 무방비의 영유아들이 여기저기서 얻어맞고 내동댕이쳐지는 끔직한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발의된 8건의 관련 법안은 보육업계 반대로 처리가 지연되다가 폐기되었거나 국회 계류 중이다. 2005년 발의되었다가 17대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폐기 된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대표적이다.

그 사이 어린이집 아동학대는 무상보육이 대폭 확대된 2012년 135건, 2013년 232건, 2014년 265건으로 급증해 지난 5년간 신고 된 사건만 754건에 달한다.

"000의원이 발의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보좌관이 저와 상의 없이 서명해 준 모양입니다.(중략) 어린이집 선생님들에게 잠시라도 걱정을 끼쳐 드린 것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중략) 결론적으로 저는 어린이집 CCTV 설치 법안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2005년 어린이집 CCTV 설치 법안에 서명했다가 철회한 어느 국회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이다.

왜 보육업계를 '세포조직처럼 결속력과 단결력이 강하고, 정치권에 입김이 센 거대 이익단체'라고 하는지, 왜 CCTV 설치 의무화가 번번이 무산되어 4만3700여 어린이집 중 5분의 1만 CCTV를 설치하고 있는지, 기껏 설치되었더라도 학부모들이 원할 때 영상을 확인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모 정당 간부가 "2월 국회에서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최우선으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번에야말로 국회는 한 표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 가장 비열한 인권침해 범죄를 감시하고 예방하기 위한 차선책이라도 신속히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

나아가 보호자들이 휴대전화 등을 통해 CCTV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녹화물의 관리 강화, 보관 기간 연장 등의 조치도 추가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와 사법기관의 관리감독 강화와 적발된 사범에 대한 엄중한 행정적, 형사적 조치가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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