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영수 교수(고려대 로스쿨)

세월호 참사 1년 범국민대회를 계기로 한동안 조용했던 불법·폭력시위 논란이 다시 시작되었다.

여기서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적 아픔이나 진상규명 필요성을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폭력시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원칙이 군중심리 속에 너무 쉽게 깨뜨려지는데 있다.

과거 군사독재에 저항해서 민주화 투쟁의 수단으로 돌멩이와 화염병을 던지던 경우와 동일시 할 수 없는 것이 민주화된 이후의 시위이다.

민주국가에서의 시위는 의사표현의 수단이지, 의사관철의 수단이나 투쟁의 수단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의 경우 폴리스 라인은 철저하게 지켜지며, 이를 위반한 경우 강력한 제재가 뒤따르는 것을 당연시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응하기 위해 시위대가 폭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과 시위대의 불법과 폭력이 먼저였다는 주장이 대립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불법과 불법의 충돌로 인하여 서로의 불법이 상쇄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불법이 별개로 존재하며, 그에 대한 책임도 각자가 져야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불법이나 폭력이 먼저 있었다고 해서 나도 똑같이 대응한다면, 그것은 무법천지로 가는 지름길이며, 법치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악덕 경찰이 길을 막았으니, 정의의 투사가 총을 뽑은 것이라 할 것인가?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을 총 한 자루로 악당들을 처치하는 서부영화식 스토리로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다.

국가와 법에 대한 불신을 이유로 불법과 폭력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군중심리에 흥분하여 태극기를 불태우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설령 그것이 누군가에 의해 선동되고 유도된 것이라 하더라도- 행위자 본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며, 어떤 경우에도 불법과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발전은 성숙된 시민의식을 전제로 한다.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열정만으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만으로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는데 이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복잡화·다원화된 현대사회의 특성에 맞는 성숙된 시민의식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정의롭고 합리적인 법치가 더욱 절실하게 요청되는 때이다.

저작권자 © 강원지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