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양의 물 방류 상황에서 '작업 지시'... 경찰 "책임있는 관계자에 엄중 처벌 방침"

▲ 사진=지난 6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의암호에서 일어난 선박 사고의 원인이 된 인공수초섬. 당시 인공수초섬 고박 작업을 하다 경찰순찰정, 고무보트, 춘천시청 행정선(환경감시선) 등 3척이 전복돼 8명이 물에 빠져 그 중 7명이 실종됐다. 당시 행정선에 타고 있던 안 모(60)씨는 자력으로 탈출해 구조됐지만, 사건 발생 1시간 반만에 곽 모(69)씨는 생존구조, 이 모(68)씨는 20km 떨어진 남이섬 선착장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러나, 나머지 5명은 현재까지 실종돼 경찰과 소방당국에 집중 수색을 펼치고 있다.

강원 춘천 의암댐 전복사고 이틀째인 7일 사고 지점으로부터 14㎞ 하류에서 발견된 경찰정에서 블랙박스 장치가 수거됨에 따라 경찰이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강원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춘천경찰서 형사과 등 28명을 수사 전담팀으로 편성, 무엇보다 폭우가 쏟아지고 댐 방류가 한창인 위험한 상황에서 사고 선박 3척을 비롯한 다수의 선박이 왜 무리한 고박작업에 투입됐는지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7일 실종자 구조·수색에 나서면서 이날 오전 11시 21분께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 춘성대교 인근에서 전복된 경찰 순찰정 102호를 찾았지만, 선체에서 실종자는 찾지 못했다.

그러나 경찰정 선미와 후미에 2개씩 모두 4개가 설치된 CCTV 영상 기록 저장 장치인 '블랙박스'를 회수,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하면서 당시 사고 원인을 조사중이다. 

또, 경찰정 내 CCTV는 전후좌우 4곳을 동시에 촬영할 수 있어 경찰정을 중심으로 인공 수초섬 고박 작업에 나선 민간 선박들과 춘천시청 환경감시선 등의 사고 당시 상황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경찰은 의암댐에서 사고 현장을 비추는 CCTV 영상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분석을 의뢰할 예정이다.

특히, 경찰은 의암댐에서 전복된 경찰정과 환경감시선 등이 사고 당일 폭우와 댐을 방류하는 위험한 상황에서 수초섬 고박 작업에 나선 경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으며, 당시 수초섬 고박 작업을 위해 사고 선박 3척 이외에도 4∼5척의 선박이 더 투입돼 작업 중인 장면이 담긴 동영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수초섬 고박을 위해 많은 선박이 투입된 것은 누군가의 지시 내지 기관 간의 요청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으로 문제는 폭우와 댐이 수문을 활짝 열고 엄청난 양의 물을 방류하는 상황에서 왜 무리하게 수초섬 고박에 나섰느냐가 주요 수사의 핵심이다. 

당시 의암댐은 수문 14개 중 9개를 높이로 열고 초당 1만t의 물을 하류로 방류 중이었고, 상류의 춘천댐과 소양강댐도 총 초당 7천여t의 물을 쏟아내면서 의암호 전체의 유속은 몹시 빠르고 세차게 흐르는 상황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런 일을 당시 상황에서 하는 것은 상식 밖의 행동"이라며 경찰의 수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강원경찰은 사고 현장을 목격한 수초섬 관리 민간 업체 관계자와 춘천시청 담당 공무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이틀째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경위를 명확히 규명한 뒤 사고 책임이 있는 관계자에 대해서는 엄중히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고는 지난 6일 오전 11시 34분께 춘천시 서면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인공 수초섬 고박 작업에 나선 민간 고무보트와 춘천시청 환경감시선, 경찰정 등 선박 3척이 의암댐에서 전복돼 8명 중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되면서 안타까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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