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예상치 못한 대설과 한파 가능성이 있다고 예보됐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체감온도는 순식간에 영하로 떨어져 외풍이 되지 않고, 난방비 걱정에 집에서도 나름 보온 대책을 강구해야 하며 살아가는 취약계층에게는 깊은 한숨만 나온다. 

북유럽 신화에 ‘핌불베트르(Fimbulvetr)’라는 가장 혹독한 겨울에 대한 언급이 등장한다. 북유럽 신화는 세계의 창조에서 시작해 세계의 멸망으로 끝나는, 시작과 끝이 명확한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세계 멸망의 중요한 전조 중의 하나가 바로 핌불베트르다. ‘vetr’는 겨울이란 뜻이며, ‘fimbul’은 ‘크다’ 내지는 ‘강력하다’, ‘위대하다’ 정도의 의미라고 하니 이름 자체에서 그 엄혹함이 드러난다.

북유럽 신화가 적힌 문헌에 따르면 핌불베트르는 3년간 지속된다. 이 기간 동안 여름은 오지 않으며 모든 방향에서 거센 눈보라가 몰아닥친다. 

태양은 힘을 잃고, 온 세상은 서리와 얼음으로 뒤덮힌다. 혹한을 견디지 못한 대부분의 생명이 이 때 목숨을 잃는다. 설혹 추위 때문에 죽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황폐해진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수한 전쟁을 일으켜 자멸하게 된다. 

형제들이 서로를 쓰러뜨리고, 사촌끼리 가문을 무너트리는 일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일상처럼 느껴진다. 핌불베르트의 끝에서는 마침내 해와 달마저 사라져버리고 거대한 지진과 함께 본격적으로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약간 섬뜩한 것은 신화 속 핌불베트르에 대한 이미지가 실제 북유럽 지역에서 있었던 혹한기의 경험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보인다. 

핌불베트르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 기후현상은 인간이 초래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혹독한 겨울에 대한 기억은 멸망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류 전체에게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전 세계적인 한파를 초래한 것은 지구온난화라는 것으로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다. 우리 모두가 지금 스스로 몰락과 멸망의 전주곡을 써내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다. 

국민들 세금 거둬서 정치를 잘 해보겠다는 정치인들이 둘로 나눠 고성과 폭언이 오가는 오늘날의 대한민국 정치 현실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통계청이 지난 3월 23일 발표한 '2022 한국의 사회지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이 신뢰하는 정부기관 중 국회는 24.1%를 기록하면서 10년 연속(2013~2022년) 최하위에 그쳤다. 이는 전년(2021년)에 비해 10.3%p(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여야 모두 민생을 챙기겠다고 했지만, 무책임한 정쟁만 펼친 것에 대한 결과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뚜렷한 색깔없이 기득권을 잡기 위해 같은 무리끼리 싸우는 모습에 국민들은 속이 터질 지경이다. 

생명력이 없는 뗏목은 아무리 덩치가 커도 물결이 흐르는 데로만 흘러가지만, 생명을 가지고 있는 물고기는 아무리 작아도 자기의 먹이와 안식처를 찾아 거센 물줄기를 세차게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정치 생명은 다르다. 자신들의 안식처와 먹이를 찾기 위해 세찬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정치 생명이라면 거대한 지진과 함께 본격적으로 무너져내리는 ‘핌불베트르(Fimbulvetr)’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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