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교 동해시의용소방대연합회장

지난해 3월 4일 오후 10시 14분 경 강원 강릉시 성산면과 3월 5일 오전 1시 8분 경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동해안 일대를 초토화시킨 지 1년이 됐다. 3월 5일 발생한 옥계면 산불은 60대 남성이 토치로 방화해서 산불이 시작되는 비극을 맞았다. 

이 산불의 규모는 지난 2019년 강원도 산불을 압도하며, 2000년 4월 동해안에서 발생한 산불 이후 최대 규모였다. 또, 방화로 인한 화재 중 역대 최대규모의 화재로 기록됐다. 이불은 동해시로 번지면서 펜션과 주택, 창고 등 60채가 전소됐으며, 4,015ha의 피해면적과 최소 502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이 산불에 투입된 인원은 9천여 명이며, 소방장비 350대, 산불진화헬기 29대 등 역대 가장 큰 인원과 장비가 동원되면서 4일여 만에 진화가 완료됐다. 당시 동해안 산불 진화를 위해 소방당국과 의용소방대, 시민단체 등 진화에 안간힘을 썼지만 야간이라 시야확보가 어렵고 대기가 건조한데다 초속 23~26m의 강풍으로 산불진화작업은 쉽지 않았다. 

당시 초대형산불에 대해 "하늘이 빨갛고 어두운데다 재까지 넘쳐나면서 지옥을 방불케 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산불로 피해를 겪은 시민들은 당시 공포감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 동해안에서 역대 최대 산불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당시 산불 진화에 나섰던 이승교 동해시의용소방대연합회장을 만났다. 

이 회장은 당시 산불 발생에 대해 큰 아쉬움과 공포감을 기억해 내며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동해시의 안전 소통 담당' 역할을 하고 있는 이승교 동해시의용소방대연합회장과 인터뷰를 가지면서 의용소방대가 하는 일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귀담아 들었다. 

의용소방대는 화재 진압, 구조, 구급 등의 소방 업무를 수행하거나 보조하는 관할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민간 봉사 단체로 경찰로 치면 자율방범대 체계와 역할이 비슷하다.

 

[ 이승교 동해시의용소방대연합회장 인터뷰 ]

 

1. 동해시의용소방대연합회장을 맡으면서 봉사활동에도 여념이 없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동해 산불에 대한 회장님의 기억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그때 기억은 아주 생생합니다. 지난해 초대형 산불 이후 동해시는 정말 큰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산불이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시점에서 동해시민들의 산불에 대한 공포감은 타 지역 보다  4~5배에 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산불로 인해 시민들은 안전에 대한 트라우마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산불이라면 말이죠.

지난해 산불을 교훈 삼아 의용소방대에서도 화재예방 캠페인 활동에 적극 동참할 예정입니다. 이를테면 행정게시대에 화재예방 캠패인 문구를 넣어서 '동해시가 안전한 곳'이라는 것을 각인시켜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산불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과 화재 진압에 나선 분들을 생각하면 의용소방대로써 조금이라도 안전에 대한 관심을 떨쳐버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2. 의용소방대를 이끌면서 어려운 점이 있을까요?

의용소방대는 희생을 바탕으로 합니다. 우리 주변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공무원들과 비슷한 임무인 것이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동해시의용소방대연합회장으로서 회원들의 안전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전사고와 직결되는 부분에서 대원들의 안전이 제일 걱정이 되고요 대원들의 안전이야말로 시민들의 안전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현재 동해시 북평의용소방대 사무실이 상당히 열악합니다. 이 곳은 겨울이면 외풍이 너무 심해 춥고, 여름이면 비가 세고 있어 순찰과 근무를 하면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렇게 크지 않더라도 봉사하는 마음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하루라도 빨리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3. 동해시의용소방대연합회가 가장 자랑스러울 때는 언제인가요?

사진= 동해시의용소방대연합회 대원들이 관내 김장김치 담그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 동해시의용소방대연합회 대원들이 관내 김장김치 담그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동해시 전체 의용소방대원들은 170여 명이 됩니다. 그들이 모두 하나 같이 한 마음으로 봉사하는데 마음을 같이 해 주고 있어 마음속으로 깊은 감사를 보냅니다. 

자신들도 생업에 매달려 사는 것이 바쁠텐데도 '봉사'라는 신념 하나로 뭉쳐 우리 이웃들에게 웃음과 행복과 안전을 지켜 주고 있는 것이 가장 자랑스럽습니다. / 

 

4. 동해시의용소방대연합회의 올해 계획에 대해 한 말씀 해 주세요.

지금은 매우 건조한 시기입니다. 지난해 동해 산불로 1년 365일 산불에 대한 생각이 트라우마로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웃음) 

사진=이승교 동해시의용소방대연합회장(사진 왼쪽)이 관내 연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이승교 동해시의용소방대연합회장(사진 왼쪽)이 관내 연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동해시의용소방대연합회는 5월까지는 관내 산불 순찰과 취약지구 순찰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나섭니다. 또, 7월에는 수상안전구조대에 편입돼 망상.추암 해수욕장에서 물놀이 안전사고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수시로 이뤄지는 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아직 결정은 나지 않았지만, 묵호의용소방대에서 자원봉사 우수프로그램 공모를 신청했습니다. 이번 공모가 꼭 선정되어서 동해 시민들에게 '안전불감증 해소'로 이어지는 선행사례를 만들고 싶습니다. /

 

5. 마지막으로 동해 시민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보편적인 욕구는 해결되어야 어떤 문제점 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해 옥계면 산불도 어느 한 사람의 비관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어요.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작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분들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큰 도움은 아니더라도 말 한마디나,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즐거움을 줄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해시의용소방대연합회가 동해시민의 행복에 기여하고,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봉사활동에 매진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

 

 

이승교 동해시의용소방대연합회장의 인터뷰를 마치며 그의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일관성을 보게 됐다. 공동체사회에서 서로 다른 점을 존중하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갖고 있는 이 회장은 170여 명의 의용소방대원들에게 심리적.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한편, 이승교 회장은 삼척 출신으로 삼척초교, 삼일중, 부경대 국제문화대학원(학습코칭)을 전공, 지난 2005년 묵호의용소방대에 입대해 묵호남성의용소방대장 등을 역임했으며 의협심이 강한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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